
03 · 한양의 밤
먹으로 쓴 이름
남이 매긴 값 대신 자신의 이름을 적는 도흔의 독백.
원문 가사
먹으로 쓴 이름
묵류 / MUKRYU
한양의 밤 / NIGHTS IN HANYANG
인트로종이 한 장이면 돼
내 이름 쓸 자리
벌스 1태어난 골목으로 값을 매겨
누구 집 자식인지 먼저 물어
내가 걸어온 길은 접어 두고
낡은 족보에서 답을 골라
벼루 위에 밤을 갈아 넣어
굳은 손에 남은 먹을 털어
남의 이름 베껴 쓰던 내가
내 얘기를 적는 첫 장이야
먹물처럼 번진 어제의 실수
지우려다 구겨 버린 자존심
펴서 보니 그 얼룩도 길이 돼
막다른 길 끝에도 문이 있네
후렴먹으로 쓴 이름
비가 와도 남아
번진 자리까지
내가 살아온 날
먹으로 쓴 이름
내 손으로 남겨
누가 읽지 않아도
나는 나를 알아
벌스 2높은 담은 말이 없었지만
넘지 말란 눈은 너무 많아
기죽은 날 두 어깨를 폈어
허리 굽힌 채론 멀리 못 봐
빈손이면 빈손대로 시작
큰 붓 없어도 굵어지는 획
숨을 고른 한 줄, 다시 한 줄
밤을 넘겨 아침까지 이어
발자국이 없던 길을 골라
그 자리에 내 발자국을 남겨
누구처럼 되란 말의 끝에
나로 살아 보겠다고 적어
후렴먹으로 쓴 이름
비가 와도 남아
번진 자리까지
내가 살아온 날
먹으로 쓴 이름
내 손으로 남겨
누가 읽지 않아도
나는 나를 알아
브리지잘 쓴 글씨보다
지우지 않은 한 줄
흔들린 획도 내 것
끝까지 내가 쓸 것
후렴먹으로 쓴 이름
비가 와도 남아
번진 자리까지
내가 살아온 날
먹으로 쓴 이름
내 손으로 남겨
누가 읽지 않아도
나는 나를 알아